안녕하세요, 설잉입니다 🌿
어느덧 보육교사로 일한 시간이 1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는 10년이 넘도록 아이들과 함께할 거라고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가던 시간들이 쌓여 어느새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보육 현장에서 일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익숙해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 긴장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앞에서는 고민하며, 때로는 제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교사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보육교사로 지내온 시간 속에서 달라진 생각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1. 처음에는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 보육교사가 되었을 때는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이하고 싶었고, 학부모님께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으며, 동료 교사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활동을 준비할 때도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할지보다 내가 준비한 활동이 잘 진행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계획한 활동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아쉬웠고, 준비한 놀잇감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준비한 것을 잘 해내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교사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요.
어떤 아이는 준비한 놀잇감보다 포장 상자에 더 관심을 보이고, 어떤 아이는 활동에 참여하기보다 친구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먼저 생각해 봅니다.
'이 아이는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교사가 준비한 활동을 끝까지 진행하는 것보다 아이가 보여주는 관심을 따라가는 일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2.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에 띄는 성장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 걷는 순간, 새로운 단어를 말하는 순간,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처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변화들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순간은 기쁘고 소중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이전에는 쉽게 지나쳤을 작은 변화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교사에게 안겨 있던 영아가 조금씩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모습.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놀잇감에 스스로 손을 뻗는 모습.
도움이 필요할 때 울음 대신 손짓이나 눈빛으로 표현하는 모습.
특별한 결과가 없어 보여도 아이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특히 0세반에서는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직 말로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영아들이기에 교사는 표정과 움직임, 시선과 몸짓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먼저 보았다면, 지금은 그 과정에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바라보려고 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빠르고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 3. 모든 아이에게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같은 연령의 아이들이라고 해도 성향과 발달의 모습은 저마다 다릅니다.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아이가 있는 반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찰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아이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차이를 마주할 때마다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 정답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하나의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되지만, 다른 아이에게는 조용히 기다려 주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새로운 놀잇감을 바로 탐색하지만, 어떤 아이는 익숙한 놀잇감이 곁에 있을 때 조금씩 관심을 넓혀 갑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를 변화시키려는 마음보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려는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같은 하루를 보내더라도 아이들이 경험하는 하루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 4. 좋은 교사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교사로 일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의 건강 상태가 갑자기 달라지기도 하고, 학부모님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며, 여러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는 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야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순간도 있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교사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고,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동료 교사와 의견을 나누고, 원장님과 상의하며, 필요한 정보를 함께 찾아가는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책임 있는 태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영아의 안전과 건강이 관련된 상황에서는 혼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적절하게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교사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함께 찾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이 서로에게 배움이 된다는 사실도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 5. 교사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고, 놀이를 지원하고, 식사와 낮잠을 돕고, 기록과 여러 업무를 마무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몸이 피곤한 날도 있지만 마음이 지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평소라면 가볍게 넘길 수 있었던 일도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 교사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교사도 충분히 쉬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업무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교사로 남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도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돌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과 나를 돌보는 일은 서로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 6. 경험이 많아질수록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교사로서의 고민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대부분의 상황에 익숙해지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고민이 계속 생깁니다.
보육과정은 변화하고, 아이들의 놀이환경도 달라지며,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놀이 중심 보육과정, 관찰과 배움읽기, 디지털 자료 제작, 가정과의 소통까지.
익숙한 일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익히고, 글쓰기와 그림 작업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 앞에서는 헤매기도 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면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느낍니다.
교사로 오래 일했다는 것이 배움을 마쳤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배워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 7. 이제는 완벽한 교사보다 오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14년 차 보육교사가 된 지금도 저는 완벽한 교사가 아닙니다.
여전히 실수하고, 고민하고, 어떤 날에는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런 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준비한 놀이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었더라도 그 안에서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려웠던 날에는 다음에 조금 더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면 됩니다.
오늘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내일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완벽함보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조금씩 나아가려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는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변화하고, 오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 마무리하며
14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돌아보면 참 빠르게 지나온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교사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했던 시간 속에서 오히려 제가 배운 것들도 많았습니다.
기다리는 방법을 배우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으며, 서로 다른 모습을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교사로서의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며 새로운 길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과 만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이 제게 남긴 배움만큼은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좋은 교사가 되는 일에는 정해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걸어온 저 자신에게도 작은 응원을 보내봅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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